07 / TIME 🕙 

지금이 몇 시야? 

시계 바늘 사이로 돌아가는 나의 일상에 지나치거나 무뎌진 감정을 떠올린다. 숨 가쁘게 지나가는 시간 속 어떤 기다림은 분노를 일으키고, 어떤 기다림은 즐겁다. 


뜨개질에 대해서 고찰하는 시간이 부쩍 많아졌다. 아-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것저것 손을 대보기 시작했다. 도전이라면 나쁘다 볼 수 없지만 솔직히 뜨개에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놓아야 보이는 것들. 근본과 기본이 무엇이냐를 찾는 것과 같다. 고작 3년 본업에 근본을 찾는 것이 우스워 보일 수도 있으나 나름 진지했다. 누가 어떻게 볼까 겁 먹으며 준비하면서도- 비로소 다른 것에 눈을 돌려 깨달은 손끝의 감각과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은 참 좋았고 괴로웠다. 


 그렇게 보낸 시간들 … 점점이 흩어졌던 의식들을 한데 모아 비로소 돌아온 곳이 작업대 앞이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데 한 번 앉지를 않던 나무의자 위에 방석을 올리고 헝클어진 원단과 바늘을 본다. 이 자리는 대여섯 시간을 꿀꺽 삼키는 무서운(?) 곳이다. 그곳에 앉아 한편에 노래를 재생시킬 아이패드를 놓으면서 어떤 기다림이 좋았는지 되돌아본다. 이를테면 ‘성취를 기다리는 시간’


 여기저기에 뜨개의 장점은 ‘성취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빠른 속도에 동참하고 싶어졌다. 어디까지 속도를 낼 수 있는지 궁금했고 어느 정도 잘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만족이 안됐다. 계속, 계속 밑 빠진 독 같은 스케치들. 그리는 모든 페이지가 모조리 뒤로 넘어갔다. 아무도 뒤에서 밀지 않으니 내가 계속 굴러야 하는 시간은 분노의 기다림이다. 그러다 2년 전에 그려둔 스케치를 발견했다. 아이디어는 좋은데 만들만한 능력이 없었던 때의 그림이다. 그걸 덧붙이고 완성하며 그새 좀 컸다고 되바라진 생각 하는구나 싶어 부끄러웠다. 


 새벽을 지나 완전한 아침. 추레한 몰골로 전신거울 앞에 서 완성된 가방을 매봤을 때, 입에서 ‘와, 씨’가 나왔을 때 나의 시간은 여기서 흐른다는 걸 깨달았다. 찰나에 느낀 확신의 순간을 삼키고 부단히 걸어가야 하는 시간. 작업의 소회를 여기에 쓰고 때때로 울고 화내고 다시 엮고 땋는 시간. ‘그토록 즐거운’ 기다림에 도착했다. 

 

floating-button-img